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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내려놓기

주디 𝙹𝚞𝚍𝚢 2022. 2. 10. 23:16

 이제 3개월만 있으면 지금 회사에서도, 개발자로서도 1년이 된다.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3개월주기로 온다더니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해서 재밌어서 그렇기도 하고, 내가 배울 게 많아서인지 시간이 정신없이 갔다.

 종종 내가 다른 일을 했던 걸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개발자로 직업을 바꾼 걸 후회하진 않느냐고 묻는다. 난 그렇다고 대답한다. 일상을 살면서도 문득 개발자로 직업을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좋아하고 원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던 사람들은 나보다 이런 재미를 일찍 느끼고, 회사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곳임을 일찍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조금 배가 아프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난 9개월이 매일 행복했던 건 아니었다. 내가 단독으로 개발하기 벅찼던 내용을 진행하기도 하고, 개발자로서의 경험치가 0이다보니 하나 하나 사수들의 도움이 필요했을 때마다 마음이 쭈글쭈글해졌다.

 다른 사람들보다 시작이 늦었기 때문에 얼른 실력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고, 개발자로서 중요한 2, 3년차를 빛나게 맞아야하니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내 부족한 점들이 너무나도 잘 보였고, 한없이 위축됐고, 사실 지금도 그렇다.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 항상 긴장감이 높았는데, 어느날 트위터에서 한 글을 봤다. 진정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그런 건 없다고, 그저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즐겁게 개발해서 먹고 살면 된다는 글이었다.(@eunjae_lee) 그 글을 읽고 이 직업을 자아실현의 목적뿐만이 아니라 일의 목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 일로 밥을 벌어먹고 있다는 것만으로 난 이미 만족할만한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꼭 잘하고 열심히 하는 개발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밥벌이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다들 제 밥벌이는 하면서 잘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긴장이 많이 풀렸다. 이미 끝내놓고 온 업무를 갑자기 떠올려서 걱정하는 일도, 내가 개발한 부분을 그렇게 열심히 테스트했지만 혹시나 결함나올까 강박처럼 불안해하는 일도, 내일 해도 되는 일이지만 깔끔하게 끝내고 싶어서 야근을 하는 일도 줄었다. 팀원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생각해보니 스물 다섯살 때인가 첫 사회생활을 했을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일을 잘하고 싶은데 일은 잘 안되고, 인간관계도 어려웠었다. 직장에서의 나와 직장 밖에서의 나를 분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힘들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일머리가 늘었다는걸 나도 깨달을 수 있었고, 일과 일상의 밸런스도 제법 잘 챙겼다. 그때처럼 또 지금의 힘듦은 지나가고 괜찮아질거라고 생각한다.

 내일이면 또 설계 회의로 머리가 시끄러워지겠지만, 마음고생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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