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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공부한 내용을 정리할 목적으로 블로그를 하는거라 일기성 글은 자주 올리지 않으려고 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고, 첫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그동안 해온 것들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두면 몇년뒤 내가 다시 봤을 때 좋지 않을까해서 글을 쓴다.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코딩해보겠다고 무작정 저 책을 사서 집에 왔던 그때가. 벌써 587일 전. C를 공부하곤 재미를 붙이고, 파이썬넘어갔다가 Django도 써보고 또 자바배우느라 벌써 C는 거의 다 까먹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는데 얼마나 재밌던지 힘든 줄도 모르고 퇴근하고나면 얼른 공부하고 싶어서 집에 막 뛰어가고 그랬다. 발전없는 주변환경에 진로를 바꾸겠다고 혼자 공부하는데, 당연히 시행착오도 많았다. 지금이었으면 간단히 해결했을 문제도 해결 못하고 쩔쩔 맸었고. 그땐 모달창 써보고 싶은데 모달창도 못 쓰는 정도였다. 지금은 모달창은 그냥 쉽게 다루지만. 게다가 혼자 공부하다보니 다음엔 어떤 걸 공부해야할지 로드맵잡기도 어려웠고.
그 와중에 전공자들과 얘기할 때 말이 통하는 수준은 되자싶어서 정보처리기사를 준비했는데, 코로나때문에 자꾸 시험이 밀려서 거의 1년만에 최종합격했었다. 그때 정말 좋았는데, 1년간 고생했어서 눈물날 정도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개발자가 되기 위해 퇴사를 했다. 적지 않은 나이고, 인생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나이라 회사다니면서 공부했던 1년간 치열하게 고민했었다. 결국 퇴사하고 학원 수료까지 한 지금, 그 고민했었던 시간들이 후회되지 않냐고 누가 물으면 난 절대 후회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그때 그렇게 고민하고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렇게 내 선택을 추진력있게 밀고나가지 못했을 것을 안다. 그래서 누가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하면 난 우선 혼자 공부를 하고 있는지 묻고, 혼자 공부를 해볼 것을 권한다.(사실 관심있다고 얘기할 때면 이미 시작한 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하고 나서는 사실 기억나는 것이 많이 없다. 왜냐하면 내내 집에서 공부했던 기억만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심해져서 학원수업이 거의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덕택에 집에서 공부만 했었는데, 편의점나갈 때마다 사람들 옷차림이 휙휙 바뀌어서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개발공부에 집중하게 되면서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내 지향점을 어디다 두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같이 일하기 싫은 개발자 유형에 대한 글을 보고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보기에 편하도록 코드도 깨끗하고 효율적으로 작성해야하고,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서 함께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의 귀결이 결국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였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았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열심히 하다가 나태해지기도 하고, 공부해야 할 게 산더미라 조급한 마음도 들고, 일이 좀 잘 풀리면 우쭐했다가도 다시 아직은 모자라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지는 내 모습과 꼭 닮았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이 글을 몇년차의 내가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읽고 개발자로 첫 발을 내딛었던 순간을 잠시나마 환기시킬 수 있었다면 그걸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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